김영하, 조경란, 박현욱, 박민규, 정한아, 장은진…… 매번 문단에 활력을 불어넣는 다양한 개성을 발굴해온 문학동네작가상이 열다섯번째 수상작으로 『사라다 햄버튼의 겨울』을 선보인다. 그저
산책하듯 살아가는 이 시대 젊은이의 일상을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서술로 따라가는 이 소설은, 길 잃은 고양이와 보낸 한 철을 소소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. 그 단단하지만 뭉클한 느낌을 주는 작가의 시선은 또 한 명의 믿음직한 신인을 발견했음을 확신케 한다.
희망 없는 일상, 무료한 한 계절에 대한 새로운 명명법!
어머니가 돌아가시고, 함께 살던 여자친구 S마저 떠나간 뒤 완벽히 혼자가 된 ‘나’.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어느 날 아파트 베란다로 찾아든 고양이 한 마리. 마치 제집인 양 익숙하게 거실과 베란다를 오가는 모습답게 그 고양이는 자연스럽게 ‘나’와 동거를 시작한다. 바로 ‘사라다 햄버튼’이다. 울버햄튼의 축구경기를 보던 중 거실을 기웃거리는 녀석에게 별 생각 없이 샐러드를 주었더니 남김없이 먹어치웠던 것. 문득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떠오른 두 단어가 바로 ‘샐러드’와 ‘햄튼’이다. 이 두 단어가 ‘사라다 햄버튼’이 된 건 순전히 샐러드보다는 사라다가, 햄튼보다는 햄버튼이 더 발음하기 쉬워서였다. 그런데 ‘사라다 햄버튼’은 마치 이곳을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‘나’의 공간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. 혹 얼마 전 헤어진 여자친구 S가 이 녀석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?
“누군가 네 인생을 들여다본다면, 그리고 그 사람이 너를 사랑한다면,
그 누구라도 너를 생각하는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따뜻해질 거야.”
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도, 함께 살던 여자친구 S도 떠나가고 난 뒤 ‘나’에게 찾아온 한 마리의 고양이 ‘사라다 햄버튼’. ‘샐러드’라는 표준어를 버리고 자기만의 명명법으로 새롭게 만들어낸 이 이름은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으로부터 조금쯤 비켜선 곳에 있다. 한 루저의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을 이 소설은 그러나 자기만의 룰로 의미도, 희망도 없어 보이는 일상을 담담하게 서술한다.
천천히 작용하는 소설들이 있다. 며칠 혹은 몇 주 후에, 불현듯 소설에 등장하는 문장이나 광경을 떠올리게 되는 소설들. 『사라다 햄버튼의 겨울』은 그런 소설이었다. _이영훈(소설가)
사라다 햄버튼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때쯤 동거인이 또 한 명 늘어나게 되는데, 바로 어머니와 이혼한 뒤 캐나다로 떠났던 새아버지이다.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친아버지에 대해선 함구했던 어머니. 엄마는 왜 새아버지와 이혼했는지, 왜 친아버지의 존재를 감춰왔는지, ‘나’는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.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홀연히 떠나버린 여자친구 S와의 이별 또한 마찬가지이다. 단지 남아 있는 기억을 떠올리며 생각하고 또 생각할밖에, 도리가 없다. 이 소설은 담담하게 이야기한다. 그들의 선택을 원망하지 않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,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되는 일인지도 모른다고.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는 그 사람이 온전히 사라지고 난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을, 또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.
사라다 햄버튼의 겨울
수상 소감
심사평
수상작가 인터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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